발암유전자 KRAS를 겨냥한 맞춤형 암 치료의 새로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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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 리포트 - 이동철 유전체맞춤의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현재 암은 여전히 전 세계 주요 사망원인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당시 연구 부족으로 큰 성과는 없었다. 이후 발암 유전자와 암 억제 유전자의 발견은 치료제 개발의 전환점이 됐다.
KRAS 활성화 유도 돌연변이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
KRAS 단백질 분해 촉진시켜
암 성장 억제시키는 현상 규명
신약개발·치료 가능성 향상 기대
반면 최근에는 KRAS를 직접 타깃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 중에 KRAS의 12번째 글리신(G)이 시스테인(C)으로 바뀐 KRAS(G12C) 돌연변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소토라십(Sotorasib)과 아다그라십(Adagrasib) 약물이 KRAS(G12C) 돌연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첫 번째 약물들이다. 이 약물들은 G12C 돌연변이가 높은 폐암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G12C 돌연변이 빈도가 낮은 암종 특히 1%에 불과한 췌장암에서는 사용에 있어 제약이 있다. KRAS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돌연변이형에는 G12C뿐만 아니라 G12D와 G12V도 존재하기 때문에 타 돌연변이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제한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이 요구됐다.
현재 KRAS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돌연변이 KRAS mRNA 백신에 의해 면역시스템이 KRAS 변이를 인식하고 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차세대 면역치료 기술, 표적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프로탁(PROTAC)을 활용한 KRAS의 안정성을 제어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KRAS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KRAS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발견됐다. 새로 규명된 메커니즘은 USP9X/NDRG3가 KRAS와 복합체를 형성해 KRAS에 결합된 유비퀴틴을 제거하는 탈유비퀴틴화 과정을 통해 KRAS 단백질의 분해를 차단했다. 이로 인해 돌연변이 KRAS의 단백질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돼 암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원리가 밝혀졌다. 이러한 발암 복합체의 형성을 차단하면 KRAS 단백질 분해가 촉진되고 그 결과 KRAS 돌연변이에 의해 유발된 췌장암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을 암 세포주와 질환 마우스 모델을 통해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G12C, G12D, G12V 포함한 모든 유형의 돌연변이 KRAS의 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는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미비했던 췌장암에 대한 치료 가능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