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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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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러운 늙은이 잡아라"...최고 부자 도시에서 벌어진 만행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얘들아, 여기 추잡한 늙다리가 있어! 얼른 이리 와 봐.”“뭐야, 이 녀석. 큰아버지한테 말버릇이 도대체 그게 뭐냐. 잠깐, 지금 뭐 하는 짓이야!”“나는 이제 당신 조카가 아니야. 주님의 신성한 병사란 말이야. 당신 집에 더러운 알몸 그림들이 있는 걸 알아, 이 지옥에서 천벌 받을 놈아. 전부 내놔. 움직이면 채찍으로 때려주겠어!”집집마다 소년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아직 앳된 그들은 책과 예술작품을 빼앗고 저항하는 사람을 가차 없이 때렸습니다. 중국의 ‘흑역사’인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의 만행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이성과 예술이 꽃피웠던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낳은 서양 문화의 중심지 피렌체에서 1497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압수된 물건들은 광장으로 옮겨졌습니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나무 탑이 세워졌고, 그 속에 거장들의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들이 쌓였습니다. 누군가가 여기에 불을 붙이자 진홍빛의 불길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탑이 무너졌습니다. 그 광경을 보며 누군가는 웃었고, 다른 누군가는 환호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그중에서는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도 있었습니다. 미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그 화가였습니다.우리가 ‘문화의 황금기’로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 그 시대는 어떻게 찾아왔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예술작품들은 왜 불

    2025.06.07 09:07
  • [책마을] 우리가 몰랐던 韓 근대미술의 보석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르조 바사리(1511~1574)라는 이름을 안다. 이탈리아 화가이자 건축가, 작가였던 바사리는 생전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100명이 넘는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의 생애를 생생히 기록해 후세에 전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찬란함은 그의 글 덕분에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었다.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국내 미술계에서 “한국의 바사리”(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 근대미술 작가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직접 발굴하고 취재해 풀어낸 유려한 필치의 칼럼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근대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RM도 그의 글을 즐겨 읽던 독자 중 한 명이었다.최근 출간된 <살롱 드 경성 2>는 전혁림, 김종영, 박생광, 천경자, 윤형근, 서세옥 등 한국 근대 화가 23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전편 <살롱 드 경성>의 후속작이다. 조선의 몰락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온 대표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생생하게 설명돼 있다.전통미술과 현대미술 사이에 끼어 주목받지 못한 우리 근대미술의 매력적 면모에 빠져들게 하는 탁월한 안내서다.성수영 기자

    2025.06.06 19:04
  • 여행지의 따뜻한 풍경...미술시장 홀린 살보 작품 韓 왔다

    현대미술 작품을 즐기는 데 꼭 거창한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살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 살바토레 만지오네(1947~2015)의 작품이 단적인 예다. 미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에는 ‘예뻐서 좋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조용하게 빛나는 따뜻하고 선명한 색채, 기하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형상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풍경이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열리고 있는 ‘살보, 인 비아지오’는 살보의 작품 17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이다. 국내에서 살보의 유족 재단과 협업해 열린 공식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제목의 비아지오(Viaggio)는 이탈리아어로 여행이라는 뜻. 제목처럼 전시장에는 살보가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지를 모티프로 그린 작품들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살보의 딸 노르마 만지오네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버지는 마치 여행하듯 즐겁게 삶을 살았습니다. 유쾌하고 따스한 가장이자 자상한 아빠였지요. 그런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전시 주제입니다.”어릴 때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던 살보는 젊은 나이에 작가로 활동을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개념미술 설치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1972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인 독일 도쿠멘타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3년, 그는 돌연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르마는 “아버지는 ‘실험미술이 주류가 된 세상에서는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가 오히려 더 파격적인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작품 가격이 수억~수

    2025.06.05 16:03
  • 우리가 몰랐던 한국 근대미술의 보석들을 만나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르조 바사리(1511~1574)의 이름을 안다.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 작가였던 바사리는 생전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100명이 넘는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들의 생애를 생생히 기록해 후세에 전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찬란함은 그의 글 덕분에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었다.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국내 미술계에서 “한국의 바사리”(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 근대미술 작가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직접 발굴하고 취재해 풀어낸 유려한 필치의 칼럼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근대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RM도 그의 글을 즐겨 읽었던 독자 중 하나였다.최근 출간된 <살롱 드 경성 2>는 전혁림, 김종영, 박생광, 천경자, 윤형근, 서세옥 등 한국 근대 화가 23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전편 <살롱 드 경성>의 후속작이다. 조선의 몰락과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온 대표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생생하게 설명돼 있다. 몰랐던 작가와 작품도 삶과 시대의 맥락을 알고 나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법. 전통미술과 현대미술 사이에 끼어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 근대미술의 매력적 면모에 빠져들게 하는 탁월한 안내서다.성수영 기자

    2025.06.05 13:31
  • "전자시계? 삶과 우주입니다"...한국에 온 'LED 숫자 거장'

    발광다이오드(LED) 숫자들이 반짝인다. 전자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LED다. 특별한 수(數)가 표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1과 9 사이를 끊임없이 오갈 뿐이다. 마치 디지털로 된 모래시계처럼. 하지만 관객들은 넋을 잃고 그 숫자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유한함을, 영원한 변화의 순환을 체감한다. 심오한 진리를 더없이 평범하고 단순한 매체로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 미야지마 타츠오(68)가 ‘백남준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리며 전 세계 미술관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미야지마의 개인전 ‘폴딩 코스모스’는 2년 만에 국내에서 만나는 그의 개인전이다. 미야지마는 1980년대부터 LED 숫자로 만든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관에서 개인전을 연 ‘일본 대표 작가’이자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최고 미술관들이 각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 바닥에 상시 전시된 LED 작품이 유명하다.미야지마의 작품 주제는 ‘시간’. 각각의 LED 숫자가 1과 9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숫자가 변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에게나 같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야지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고, 그 변화는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지만 그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무

    2025.06.03 17:59
  • 한국서 외면 당하더니…결국 못 버티고 휴업, 폐업, 철수

    지난 2일 찾은 서울 한남동 VSF갤러리. 한때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즐비하던 이 갤러리 내부에는 잡동사니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유리창에는 ‘임대 문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점을 둔 이 갤러리는 2019년 서울에 지점을 냈지만 최근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북미 지역에 집중하기로 했다.미술계 관계자는 “서울 지점 판매 실적이 예상을 훨씬 밑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 본점을 둔 세계적 화랑 쾨닉의 서울 지점 역시 1월 25일 폐막한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을 끝으로 전시를 열지 않는다. 미술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한국 진출 후 4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미술시장 3년째 내리막길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갤러리의 휴업 및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2022년 말부터 3년째 이어진 글로벌 미술시장의 불황이다. 본사가 흔들리며 지점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05년 베를린에 개관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서울로 지점을 확장한 페레스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월 독일 법원은 페레스프로젝트 독일 본사에 파산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던 서울 지점도 폐업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점은 올해 말까지 운영한 뒤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갤러리들도 휘청이고 있다. 올해 설립 20년 차를 맞는 중견 갤러리인 서울 청담동 원앤제이갤러리는 이달 초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이 갤러리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해외에 주도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주요 화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갤

    2025.06.03 16:46
  • 모네부터 워홀까지…'역대급 라인업' 전시

    “우와, 화가 이름이 진짜 많다.”지난 2일 찾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선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요하네스버그아트갤러리 소장품을 소개하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품은 143점, 화가 수만 89명. 화가 명단에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폴 세잔, 에드가르 드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거장이 포진해 있다.전시장에는 17~20세기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에 그려진 해양 풍경화와 19세기 존 에버렛 밀레이 등 빅토리아 시대 영국 미술, 인상주의 출현을 예고한 앙리 판탱라투르에서 모네, 고흐, 폴 시냐크 등으로 이어지는 인상주의 전후 미술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카소와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에서 앤디 워홀로 이어지는 현대미술 작가 라인업도 훌륭하다.미술 애호가나 전공자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가들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나비파’(모리스 드니, 피에르 보나르, 에두아르 뷔야르), ‘블룸즈버리 그룹’(버네사 벨, 로저 프라이)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다만 ‘거장의 대표작’을 원하는 관객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고흐와 고갱, 세잔, 드가 등 국내에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중 상당수는 유화가 아니라 스케치, 판화, 종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한계도 역력

    2025.06.03 16:45
  • "성공하고 싶다"며 아내 무덤 파헤친 男…꺼낸 물건 정체가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1869년 10월 5일의 깊은 밤, 영국 런던 북부에 있는 하이게이트 묘지. 흔들리는 모닥불 아래, 땀에 흠뻑 젖은 남자들이 흙을 퍼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파내는 건 7년 전 세상을 떠난 한 여성의 무덤. “관 속에 있는 물건 하나를 꺼내달라”는 어떤 남자의 은밀한 부탁 때문이었지요.얼마나 땅을 팠을까요. 마침내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열린 관 뚜껑. 전설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봤다고 합니다. “여성이 죽어서 묻힌 지 7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몸은 썩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오히려 세상을 떠날 때보다 훨씬 길어져 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쨌거나 작업자들은 의뢰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여성의 곁에 있는 노트를 꺼내 남자에게 전달한 겁니다.떨리는 손으로 무덤에서 파낸 노트를 받아 든 남자. 그는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이용해 부와 명예를 얻으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은 점점 죄책감과 불안, 광기로 물들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1828~1882). 당대 영국 최고의 화가 중 하나이자 탁월한 시인이었고, 죽은 뒤에는 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된 사람이었으며, 무덤에 묻혀 있던 여성의 남편이었던 그 남자. 로세티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어린 왕자, 로세티술탄(이슬람 국가의 지도자). 학창 시절 로세티의 친구들은 로세티를 농담 삼아 그렇게 불렀습니다. 명령 한마디만 하면 하인들이 달려오는 술탄처럼, 로세티가 한 마디만 부탁하면 수십 명의 친구들이 앞다퉈 그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달려왔

    2025.05.31 13:52
  • "내 그림 한 장은 한 편의 드라마"…살레가 말하는 예술 감상법

    볼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림을 왜 봐야 하는가. 어렵기만 한 현대미술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그 질문에 답하기에 데이비드 살레(73)만 한 적임자도 없다. 그는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1950년대생 화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한편으로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기로 소문난 달변가이자 미술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20대에 미술계에 뛰어든 그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34세 때 사상 최연소로 회고전을 열며 일찌감치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그 후로도 줄곧 현대미술계 중심에서 예술적 ·상업적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사진과 무대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신작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도 거리낌이 없다. 그가 ‘예술가들의 예술가’라 불리는 이유다.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오는 9월 7일까지 열리는 살레의 전시 ‘언더 원 루프’는 지난 50년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부터 신작 ‘윈도 시리즈’와 함께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한 작품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전시 개막에 앞서 살레를 만나 신작과 현대미술 감상법에 관해 물었다.▷전시 1부에는 초기작이 나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무엇을 뜻하나요.“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게 현대미술의 특징이니까요. 물론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이건 이런 뜻이야’라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해요. 그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래서 광고나 대중문화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를 보여줘요. 하지만 현대미술 작가는

    2025.05.29 17:39
  • 모네부터 워홀까지 '역대급 라인업' 전시가 떴다

    “우와, 화가 이름이 진짜 많다.”지난 27일 찾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선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품 수는 143점, 화가 수만 해도 89명. 화가 명단에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폴 세잔, 에드가 드가,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거장들이 포진해 있다.전시장에는 17~20세기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기에 그려진 해양 풍경화와 19세기 존 에버렛 밀레이 등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미술, 인상주의의 출현을 예고한 앙리 팡탱라투르에서 모네와 고흐, 폴 시냑 등으로 이어지는 인상주의 전후의 미술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카소와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에서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으로 이어지는 현대미술 작가 라인업도 훌륭하다.미술 애호가나 전공자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들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나비파’(모리스 드니·피에르 보나르, 에두아르 뷔야르), ‘블룸즈버리 그룹’(바네사 벨·로저 프라이)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다만 ‘거장의 대표작’을 원하는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고흐와 고갱, 세잔, 드가 등 국내에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

    2025.05.29 16:34
  • "그림은 어떻게 봐야 되나요?" 미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살레에게 묻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950년대생 화가 중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데이비드 살레(73)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는 화가는 드물다. 평생에 걸쳐 발전을 거듭하며 그 성공을 계속 유지하는 화가는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다. 살레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가다.20대에 미술계에 뛰어든 살레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34세때 사상 최연소로 회고전을 열며 일찌감치 ‘전설’의 반열에 올랐고, 그 후로도 줄곧 현대미술계의 중심에서 예술적·상업적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예술 비평,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누비는 그를 사람들은 ‘예술가들의 예술가’라고 부른다.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9월 7일까지 열리는 살레의 전시 ‘언더 원 루프’는 지난 50년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전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초기작부터 신작 ‘윈도우 시리즈’와 함께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든 작품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전시 개막에 앞서 살레를 만나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예술을 쉽게 설명하는 작가이자 달변가로도 이름난 작가답게 유려한 답변이 돌아왔다.▷전시 1부에는 당신의 초기작이 나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뭘 뜻하나요.“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게 현대미술의 특징이니까요. 물론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이건 이런 뜻이야’라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싶어해요. 그게 인간의

    2025.05.29 14:43
  • "오직 사진만"...창동서 베일 벗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지하철 창동역 1번출구로 나와 잠시 걷자 아파트촌 사이로 색다른 모양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과 햇빛에 따라 회색과 검은색으로 색을 바꾸는 외관, 그 아래 암실의 암막 커튼을 살짝 들어올린 듯 나와 있는 독특한 출입구. 그 속으로 들어가니 높이 10m에 달하는 로비와 회색 콘크리트, 흰 벽, 검정 마감재가 조화를 이룬 전시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반면 가구와 집기는 빛의 3원색인 빨강·녹색·파랑으로 구성돼 시선을 확 잡아끈다.28일 찾은 창동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사진을 상징하는 세련된 건축 디자인이 돋보였다.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공립 미술관’다운 모습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이 미술관은 29일 정식 개관한다. 2015년 건립 준비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연면적 7048㎡에 달하는 공간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사진 전시·수장에 특화한 설계. 한정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장은 “사진 특화 미술관으로서 한국 사진 작품과 자료를 보존하고 사진 문화의 미래를 이끌겠다”고 했다.미술관은 지난 10년간 개관을 준비하며 20세기 한국 사진 걸작과 자료 등 총 2만여 점을 수집했다. 개관을 맞아 열리는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은 이렇게 수집한 작품 중 한국 사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의 주요작을 소개한다. 1929년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전을 연 정해창(1907~1967)의 대표작 ‘여인’(1929년작 추정)이 전시의 막을 연다.이후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 이형록(1917~2011)의 작품이 이어진다. 1950년대 찍은 어린아이들 사진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임석제(1918~1996)가 찍은 농부와 산업 역군들의 리얼리즘 사진도 눈길을 끈다. 대한민

    2025.05.28 16:02
  • '한민족 명산' 금강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된다

    한민족이 가장 사랑한 명산(名山) 금강산(사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27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한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금강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한 유산은 대부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그대로 확정된다. 다음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다.금강산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힌다. 태백산맥 북부, 강원도 회양군과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진다. 등재가 확정되면 금강산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은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다.성수영 기자

    2025.05.27 18:18
  • "더는 못 버틴다" 줄줄이 휴업·폐업·철수…한국 '탈출 러시'

    27일 찾은 서울 한남동 VSF 갤러리. 한때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즐비했던 이 갤러리 내부에는 잡동사니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유리창에는 ‘임대 문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점을 둔 이 갤러리는 2019년 서울에 지점을 냈지만 최근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북미 지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서울 지점 판매 실적이 예상을 훨씬 밑돌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독일 베를린에 본점을 둔 세계적인 화랑 쾨닉의 서울 지점 역시 지난 1월 25일 폐막한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을 끝으로 전시가 없다. 미술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한국 진출 후 4년만에 내린 결정이다.한국에 진출했던 외국계 갤러리들의 휴업 및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2022년 말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미술시장의 불황이다. 본사가 흔들리면서 지점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2005년 베를린에 개관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서울로 지점을 확장했던 페레스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독일 법원은 페레스프로젝트의 독일 본사에 파산을 선고했다. 그 탓에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었던 서울 지점도 폐업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점은 올해 연말까지 운영한 뒤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갤러리들도 휘청이고 있다. 올해 설립 20년차를 맞는 중견 갤러리인 서울 청담동 원앤제이갤러리는 이달 초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이 갤러리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해외에 주도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주요 화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n

    2025.05.27 13:25
  • '한민족이 가장 사랑한 명산' 금강산…유네스코 세계유산 된다

    한민족이 가장 사랑한 명산(名山)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27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한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금강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등재 신청 이후 약 4년만의 결정으로, 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한 유산은 대부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그대로 확정된다. 다음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금강산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힌다. 태백산맥 북부, 강원도 회양군과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룬다. 그 아름다운 풍경 덕에 수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겸재 정선의 대표작 ‘금강전도’가 대표적이다.시대를 불문하고 외국인들이 한반도에서 가장 사랑했던 관광지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금강산은 동아시아 전역에 이름난 명승지였다.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바라건대 고려에서 태어나 한 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속설이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금강산을 방문한 스웨덴 왕 구스타프 6세(방문 당시 왕세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할 때 하루는 금강산을 만드는 데 썼을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유네스코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금강산과 관련한 등재 신청서를 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평가·심사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올해 뒤

    2025.05.27 08:38
  • 여성 작가 4人이 그려낸 무한한 생명력

    이곳은 무엇을 보여주는 공간인가. 좋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면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아트부터 게임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최신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싶다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사진예술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게티뮤지엄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확립해온 ‘정체성’이 있다.서울 대치동의 전시공간 S2A가 ‘한국 여성 작가 조명’이란 정체성을 내세우기로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2022년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이곳은 올해로 개관 3년차를 맞는다. 갤러리 관계자는 “개관 초기에는 김환기의 ‘우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등 소장품 위주의 전시를 했지만 이제는 정체성을 확립할 때”며 “여성 작가 조명은 여성복 등 의류 제조·수출사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지금 S2A에 열리고 있는 그룹전 ‘유영하는 선(線)’은 그 첫 전시다. 전시는 박인경(99·대전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 차명희(78), 김미영(41), 엄유정(40) 등 네 명의 여성 작가를 조명한다. 다른 세대, 다른 방식의 선(線) 표현을 보여준 작가들이다. 이화여대 미술과 1회 졸업생인 박인경은 지금도 프랑스에서 현역으로 작품 활동 중인 노(老)작가. 이때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이응노 화백의 부인이라는 타이틀,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 사건 등 주변 서사에 가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이응노 화백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구성·생략·능숙한 붓질에만 주목한다.차명희 화백은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서세옥 화백을 사사한 뒤 40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

    2025.05.26 17:13
  • "전자시계? 삶과 우주입니다"...한국에 온 'LED 숫자 거장'

    발광다이오드(LED) 숫자들이 반짝인다. 전자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LED다. 특별한 수(數)가 표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1과 9사이를 끊임없이 오갈 뿐이다. 마치 디지털로 된 모래시계처럼. 하지만 관객들은 넋을 잃고 그 숫자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유한함을, 영원한 변화의 순환을 체감한다. 심오한 진리를 더없이 평범하고 단순한 매체로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 미야지마 타츠오(68)가 ‘백남준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리며 전 세계 미술관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미야지마의 개인전 ‘폴딩 코스모스’는 2년만에 국내에서 만나는 그의 개인전이다. 미야지마는 1980년대부터 LED 숫자로 만든 작품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관에서 개인전을 연 ‘일본 대표 작가’이자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최고 미술관들이 각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 바닥에 상시 전시된 LED 작품이 유명하다.미야지마의 작품 주제는 ‘시간’. 각각의 LED 숫자가 1~9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숫자가 변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에게나 같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야지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고, 그 변화는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지만, 그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2025.05.26 08:58
  • "내가 사위 죽였다"…총 들고 자수한 장모, 알고 보니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탕, 탕, 탕, 탕, 탕.1968년 1월 3일 멕시코 남서부의 휴양지 아카풀코의 고급 주택가에서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한 중년 여성이 동네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그녀의 정체는 유명 화가 소피아 바시(1913~1998). 바시가 경찰관 앞에서 담담하게 내뱉은 말은 멕시코를 뒤흔들었습니다. “자수하러 왔습니다. 제가 실수로 사위를 총으로 쏘는 바람에 사위가 죽고 말았어요.”곧바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바시와 그의 변호인은 “가족 모임을 하던 중 사냥용 총을 만지다가 실수로 총이 발사됐다. 불의의 사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사건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았습니다. 발사된 총알은 총 다섯 발. 순간의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숫자였습니다. 게다가 사위의 상처는 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이 상대방을 반드시 죽이려는 의도로 총을 쏜 것처럼요. “일부러 쏜 게 분명합니다. 의도적인 살인입니다.” 검찰은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의도적인 살인에 징역 11년이 선고됐고, 바시는 항소를 포기했습니다.그런데 멕시코 사회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사람들은 수군댔습니다. “바시는 죄가 없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앞다퉈 바시를 석방해달라는 탄원서를 정부에 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은 바시, 그리고 멕시코 여성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그리다잠깐 미술 이야기를 해 볼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0년대, 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화가 그룹을 하나만 꼽는다면 ‘여

    2025.05.24 09:23
  • [이 아침의 예술가] 조선의 백색 아름다움…현대적 기물로 재탄생

    아름다운 전통문화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소개하고 바꾸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멋을 알 수 있는 백동 공예가 단적인 예다. 구리와 니켈을 합성해 만든 백동은 아름다운 은빛의 광택을 내면서도 튼튼해 비녀와 촛대, 화로 등 생활용품 소재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의 쓸모가 사라지자 백동 공예는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경노(67)는 이렇게 잊혀가는 백동 공예의 맥을 잇는 장인이다. 1970년대 중반 공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최교준에게 전통 금속 공예 기술을 배웠다. 1987년 국가 지정 문화재수리기능자가 됐고, 1996년에는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옛 기술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 작업을 선보이며 전통의 멋을 현대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에서 ‘이경노 백동 공예전’이 열리고 있다. 구리과 니켈을 섞은 백동을 빚는 단조(鍛造)와 문양을 선으로 새겨 넣는 조이(雕螭) 방식을 통해 제작된 현대적 기물들이 우아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전통 작품의 비례와 문양을 최대한 참고하되 실제로 생활에서 쓸 수 있게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서류함과 와인 칠러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오는 6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2025.05.23 17:46
  • 문체부, 165억원 들여 AI 콘텐츠 기업·창작자 키운다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과 창작자에 165억원을 지원한다. 지난 3~5월 공모한 ‘AI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의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22일 AI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과 대학(산학협력단), 공공기관(박물관, 미술관 등) 등을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공모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9일까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상 보정, 웹툰 배경 작업, 번역부터 기획, 시나리오 작성, 영상 제작까지 AI를 이용한 콘텐츠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AI 콘텐츠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지난 3~5월 공모했던 이 사업의 본예산은 80억원 수준. 17개 과제를 선정하는 데 315건의 지원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문체부가 추가경정예산에서 165억원을 확보해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린 이유다. 이번 공모에서 문체부는 ‘인공지능 영상 제작’ 18편, ‘인공지능 콘텐츠 실증 제작’ 36편 등 총 54개 과제(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키로 했다.지원 유형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공지능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는 ‘선도형’ 10개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진입형’ 18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간 전략적 협업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콘텐츠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협력형’ 8개 등 3가지로 나뉜다. 과제당 지원 금액은 2억~7억원이다.이 밖에 문체부는 AI 영상 제작 지원 사업을 새로 시행키로 했다. AI 기술로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 영상을

    2025.05.22 10:15
  • 韓·佛 수교 140주년…양국 문화 교류 확대

    한국과 프랑스가 내년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양국 문화 교류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인촌 장관(왼쪽)과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파리 문화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문화 분야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양국의 문화·예술·유산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문화·예술 분야 제작, 공연, 전시, 홍보에 협력하며 영화, 시청각 콘텐츠, 게임 등 관련 산업군의 협력사업 및 교류를 확대하고 문화·무형·자연 유산의 보호, 보존, 관리 등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내년 6월 4일 수교 14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서는 파리, 투르, 낭트, 몽펠리에, 툴루즈 등 프랑스 전역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 관련 축제를 열기로 했다. 수교 기념일 특별행사와 파리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아비뇽페스티벌 한국 포커스 행사 등이 열릴 예정이다. 유 장관은 “최근 K팝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등 한국 대중문화예술이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LOI 체결을 계기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풍성한 문화 교류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성수영 기자

    2025.05.21 18:10
  • 신진 현대미술가 33인 한자리에...'천만아트포영' 수상전 개최

    삼천리그룹 장학재단 천만장학회가 주최하는 현대미술 인재 육성 프로젝트 수상전 ‘2025 CHUNMAN ART for YOUNG(천만아트포영)’이 6월 6일까지 서울 용산 노들섬 노들갤러리 2관에서 열린다. 천만아트포영은 유망한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2023년부터 천만장학회가 매년 열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 첫해에는 30명, 지난해부터는 매년 33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올해 3회를 맞은 공모전에는 평면, 입체, 설치, 뉴미디어,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서 총 809명이 지원했다. 영국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알빈 리, 도쿄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인 토모코 야부마에 등 국내외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최종 33인이 선정됐다.이번 전시에서는 이들 작가 33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탁된 차세대 현대미술가들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공모의 최고상인 ‘천(天)’은 사라진 존재의 흔적을 조형 작품으로 풀어낸 우수빈 작가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언어와 조각, 공간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돋보인다”며 “소멸과 존재라는 개념을 역사적 맥락이나 생명체의 탐구와 결합시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고 평가했다. ‘지(地)’는 박예림과 임창곤, ‘해(海)’는 남경진, 이아현, 황보현이 받았다. 나머지 27인에게는 ‘인(人)’ 장학금이 수여됐다.수상자들은 전시 참여 기회와 함께 천 장학금 1000만 원, 지 700만 원, 해 500만 원, 인 300만 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전시 기간에는 관람객 투표를 통해 인기상이 추가로 선정되며, 해당 작가에게도 별도 장학금이 지급된다. 전시 관람은 무료. 성수영 기자 [email protected]

    2025.05.20 13:54
  • 대치동 최고 '미술관급 갤러리', 여성 작가 집중 조명한다

    이곳은 무엇을 보여주는 공간인가. 좋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면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아트부터 게임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최신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싶다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사진예술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게티뮤지엄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확립해온 ‘정체성’이 있다.서울 대치동의 전시공간 S2A가 ‘한국 여성 작가 조명’이란 정체성을 내세우기로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2022년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이곳은 올해로 개관 3년차를 맞는다. 갤러리 관계자는 “개관 초기에는 김환기의 ‘우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등 소장품 위주의 전시를 했지만 이제는 정체성을 확립할 때”며 “여성 작가 조명은 여성복 등 의류 제조·수출사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지금 S2A에 열리고 있는 그룹전 ‘유영하는 선(線)’은 그 첫 전시다. 전시는 박인경(99·대전 이응노미술관 명예관장), 차명희(78), 김미영(41), 엄유정(40) 등 네 명의 여성 작가를 조명한다. 다른 세대, 다른 방식의 선(線) 표현을 보여준 작가들이다. 이화여대 미술과 1회 졸업생인 박인경은 지금도 프랑스에서 현역으로 작품 활동 중인 노(老)작가. 이때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이응노 화백의 부인이라는 타이틀,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 사건 등 주변 서사에 가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이응노 화백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구성·생략·능숙한 붓질에만 주목한다.차명희 화백은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서세옥 화백을 사사한 뒤 40년 넘게 꾸준히

    2025.05.20 07:27
  •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다"...男 비밀 세상에 들킨 충격 사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그 남자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아름다운 미소, 자상한 말투, 따뜻한 마음.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자에게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다행히도 ‘막장 드라마’와 같은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결코 티 내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의 사리 분별은 있었으니까요.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는 애틋한 마음, 때때로 함께 하는 따뜻한 시간. 남자에게 허락된 건 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하지만 짝사랑은 최악의 형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남자와 친하게 지내던 한 유명 소설가가 그의 사랑을 눈치채고,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발표해 버린 겁니다. 하필이면 그 소설가는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소설을 보자마자 이게 남자의 이야기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남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덴마크의 ‘국보급 화가’로 손꼽히는,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1854~1933)의 삶과 작품 이야기. 변화를 기다리다라우리츠는 1854년 덴마크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수레와 문짝을 만드는 가난한 목수, 어머니는 농민의 딸. 허름하고 비좁은 집에는 늘 퀴퀴한 가난의 냄새가 풍겼습니다. 가난한 시골 아이들이 보통 그렇듯이, 라우리츠는 어릴 때부터 형과 함께 부모님의 일을 도왔습니다.미술에 대한 관심이 싹튼 건 열다섯 살 때. 집의 벽면을 칠하는 도장공 견습생이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도장공

    2025.05.17 09:24
  • [이 아침의 미술가] '중고 러닝머신 위 오리'로 본 인간의 삶

    삶이란 허무한 것. 이를 두고 싯다르타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고, 솔로몬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한국계 미국 작가 레이첼 윤(31)은 중고 운동기구로 만든 작품을 통해 그 모습을 표현한다.장난감 오리들을 러닝머신 위에 놓아 끝없이 달리게 한 작품의 제목은 ‘No Pain No Gain’(노력 없인 얻는 게 없다). 오리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AI로 만든 아름다운 가상의 자연 풍경 이미지가 있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理想鄕)을 좇아 끝없이 달려가는 것이 삶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그는 미국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작가다.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미술학 석사를 마친 윤 작가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이 주는 ‘그레이트 리버스 비엔날레 상’을 수상했다. 서울 삼성동 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노 스웨트(No Sweat)’는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전시장은 마사지 기기와 운동 기기 등을 사용해 만든 움직이는 작품들로 부산스럽다.작품 ‘인랩쳐드(Enraptured·황홀한)’은 운동기구 위에 가짜 꽃(조화)을 올린 작품. 조화가 덜덜 떨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삶의 허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헛된 노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2025.05.14 18:22
  • 전통·현대 아우른 K컬처, 오사카 엑스포 물들이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에서 13일 한국을 집중 조명하는 ‘한국의 날’ 행사(사진)가 열렸다. 경제·문화 행사를 통해 한국을 홍보하는 ‘한국 주간’은 17일까지 계속된다.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사카 엑스포장 내 레이가든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는 ‘내셔널 데이’ 행사의 일환이다. 내셔널 데이는 해당 참가국이 엑스포의 주인공이 돼 자국의 위상을 알리는 공식 행사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 유인촌 문체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 회장), 이원진 삼성전자 사장, 성 김 현대자동차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하네다 고지 오사카 엑스포 정부 대표,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 등이 자리했다.기념행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 사절단 조선통신사의 행렬 재현으로 시작됐다. 양국 평화와 교류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다. 이어 7세기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한 백제 무용가 미마지의 이야기를 담은 춤사위와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한국 주간에는 한국 관련 콘서트, 우수 상품전, 드라마전, 메이크업쇼, 한복 패션쇼 등 총 12개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이다.한국관 입장객은 지난 11일 기준 32만3000여 명이다. 엑스포 전체 입장객 241만 명 중 13.4% 수준으로, 여러 국가관 가운데 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성수영 기자

    2025.05.13 18:33
  • 무관심 속에 피어난 한국의 초현실주의

    현대미술은 잘 몰라도 초현실주의는 좋다는 사람이 많다.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꾸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하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작품 ‘기억의 지속’ 속 녹아 흐르는 회중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렸지만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 차이에서 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초현실주의의 인기를 만들었다.근현대 한국에도 매력적인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다.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은 이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세기 한국 미술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해 재조명하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환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한국 미술사 연구가 추상미술과 민중미술에 집중돼 방계인 초현실주의는 잘 알려지지 못했다”며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조명하기 위해 7년간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전시 1부는 이중섭, 천경자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박 학예사는 “아이들과 여인 등을 그린 이중섭의 그림도 환상적인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이 많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2~4부에서는 김욱규, 김종남, 김종하, 신영헌, 김영환, 박광호 등 작가 여섯 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고통 속에서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며 보석 같은 작품을 남긴 이번 전시의 주인공들이다.김종남(1914~1986

    2025.05.13 17:26
  • 10주년 맞은 조각 특화전, '조형아트서울' 22일 개막

    국내 유일의 조각 특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PLAS) 2025’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B홀에서 열린다.2015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0회를 맞는 PLAS는 국내 주요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참가 갤러리는 86곳. 국내에서는 청작화랑, 금산갤러리, 갤러리가이아, 맥화랑 등이 박래현, 서세옥, 유선태, 청신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대만, 독일, 미국, 프랑스 등 6개국에서 온 해외 갤러리 13곳도 참여한다. 전시 작가는 총 740여 명, 작품은 3300여 점에 달한다. 조각 중심의 아트페어답게 모든 참여 갤러리가 조각 작품을 하나 이상 선보인다.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로운 여정’. 신준원 PLAS 대표는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특별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PLAS의 상징인 ‘대형 조각 특별전’에는 김성복, 권치규, 김기민 등 작가 8명이 참여한다. 공공조형물을 설치하려는 기업·기관·공공기관 등이 주목할 만하다. ‘TEN x TEN 대학 조각 특별전’에서는 홍익대, 국민대 등 10개 대학의 미술대학 교수에게 추천받은 젊은 유망 작가들의 200만원 이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오는 7월 PLAS가 일본 오사카 컨벤션센터에서 현지 아트페어와 공동 주최하는 ‘Study&PLAS: 아시아 아트 페어’를 미리 볼 수 있는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하지원, 권지안(솔비) 등이 참여한 전시 ‘스톱 사이버-불링’ 전시도 함께 열린다.가족 단위 관람객이 관람하기 좋은 아트페어다. 일반 입장료는 2만원,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5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관람객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22일 VIP프리뷰는 초대받은 관객만 관람이 가능

    2025.05.12 16:35
  •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소녀 노동자.. 자수로 수놓은 '잊힌 여성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하지만 역사책에서 여성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예술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11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자수로 만든 중세 예술품 중 최고로 꼽히는 걸작이자, 영국사(史)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헤이스팅스 전투의 이야기를 담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70m 길이의 이 작품은 수많은 여성의 정교한 손기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작 작품을 만든 여성들의 이름은 어느 곳에도 기록돼있지 않다.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53)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에 나온 대표작 ‘퍼포먼스 다섯 극을 위한 매뉴얼’은 바이외 태피스트리에서 착안해 역사 속 여성들의 노동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장 중앙에 원형으로 매달려 있는 여덟 개의 태피스트리에는 한국 근현대 여성들의 노동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현계옥과 정칠성, 호미를 들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제주 해녀 부춘화 등 3명,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일했던 소녀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수라는 장르와 만나 역사에서 잊힌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름과 기여를 상기시킨다.태피스트리 작품과 주변에 있는 조각 소품들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전시 기간 중 다섯 차례 진행된다. 드럼 연주를 배경으로 공연자들이 태피스트리에 수놓인 이야기와 장면을 토대로 한 춤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식이다. 잊힌 존재들을 몸짓으로 다시 불러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제의(祭儀)와도 같은 이 퍼포먼스는 지난 8일 첫번째 공연에서 관람객들에게 큰 호

    2025.05.12 14:30
  • 외국은 '천재' 극찬하는데…고향은 '패배자 취급' 男 사연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앙리 마티스(1869~1954).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거장이자,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의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거나 작품 이미지를 본 적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전시도 여러 번 열린 적이 있고, 인테리어 상품으로도 인기가 있어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거든요.그런데 사실 이런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괜찮긴 한데, 작품의 뜻은 잘 모르겠다.’ ‘20세기 최고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 화가인지는 몰랐다.’ 좀 더 과격한 의견들도 있습니다.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그냥 인테리어 소품 아닌가?’ ‘색깔이 이상하다.’…. 이런 반응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어떤 작품이든 취향에 안 맞을 수 있고, 싫어하는 것도 각자의 자유니까요. 사실 마티스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은 없습니다.마티스의 고향 마을 사람들이 딱 그랬습니다. 마티스가 세상을 떠난 후 30여년이 흐른 1990년, 한 미술사학자가 마티스가 태어나 자란 프랑스 북부의 시골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티스는 생전에 이미 세계 최고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작가. 하지만 그의 고향에 있는 젊은이들은 마티스의 이름조차 잘 몰랐습니다.생전의 마티스를 기억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노인들은 한술 더 떴습니다. “마티스, 그 멍청이 말이군요. 우리 마을에서 유명한 바보였습니다. 어르신들은 마티스를 ‘세 번 실패한 패배자’라고 불렀어요. 아버지 가게도 물려받지 못했고, 공부에도 실패했고, 화가가 돼서도 실패했으니까요. 어린아이들도 마티스보

    2025.05.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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