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암은 여전히 전 세계 주요 사망원인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당시 연구 부족으로 큰 성과는 없었다. 이후 발암 유전자와 암 억제 유전자의 발견은 치료제 개발의 전환점이 됐다.
이동철 생명연 책임연구원(왼쪽)이 돌연변이 KRAS 조절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이동철 생명연 책임연구원(왼쪽)이 돌연변이 KRAS 조절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암세포는 빠른 세포주기를 이용해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와,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로 발전해왔다. 발암유전자인 RAS, EGFR, MYC 중 RAS는 KRAS, HRAS, NRAS로 나뉜다. KRAS는 GTP와 결합 시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한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KRAS는 GTP와 지속 결합해 무한 증식을 유도한다. KRAS 돌연변이는 폐암의 30%, 대장암의 40%,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된다. 특히 췌장암에서 KRAS의 돌연변이는 암 초기단계에서 발생돼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돌연변이 KRAS를 제어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활성화와 관련된 세포막으로의 이동을 억제하거나 직접 결합해 KRAS의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들이었다. 하지만 KRAS 단백질의 독특한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오랫동안 제어가 불가능한 타깃으로 여겨졌다.

반면 최근에는 KRAS를 직접 타깃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 중에 KRAS의 12번째 글리신(G)이 시스테인(C)으로 바뀐 KRAS(G12C) 돌연변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소토라십(Sotorasib)과 아다그라십(Adagrasib) 약물이 KRAS(G12C) 돌연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첫 번째 약물들이다. 이 약물들은 G12C 돌연변이가 높은 폐암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G12C 돌연변이 빈도가 낮은 암종 특히 1%에 불과한 췌장암에서는 사용에 있어 제약이 있다. KRAS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돌연변이형에는 G12C뿐만 아니라 G12D와 G12V도 존재하기 때문에 타 돌연변이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제한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이 요구됐다.

현재 KRAS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돌연변이 KRAS mRNA 백신에 의해 면역시스템이 KRAS 변이를 인식하고 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차세대 면역치료 기술, 표적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프로탁(PROTAC)을 활용한 KRAS의 안정성을 제어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KRAS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KRAS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발견됐다. 새로 규명된 메커니즘은 USP9X/NDRG3가 KRAS와 복합체를 형성해 KRAS에 결합된 유비퀴틴을 제거하는 탈유비퀴틴화 과정을 통해 KRAS 단백질의 분해를 차단했다. 이로 인해 돌연변이 KRAS의 단백질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돼 암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원리가 밝혀졌다. 이러한 발암 복합체의 형성을 차단하면 KRAS 단백질 분해가 촉진되고 그 결과 KRAS 돌연변이에 의해 유발된 췌장암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을 암 세포주와 질환 마우스 모델을 통해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G12C, G12D, G12V 포함한 모든 유형의 돌연변이 KRAS의 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는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미비했던 췌장암에 대한 치료 가능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