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아닙니다. 국가 지도자가 진보, 보수를 따지는 건 부질없는 일이에요.”

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보수가 진보 정책을 쓰고, 진보가 보수 정책을 쓰는 건 세계적 추세"라며 "이재명 후보도 보수 진보를 따지지 않는 굉장히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 위원장이 꼽은 이 후보의 최고 강점은 '밑바닥 민심을 안다'는 점이다. 윤 위원장은 "이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했다"며 "이전 지도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는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지적하면 '아, 그런 점이 있네요’'라며 수첩을 꺼내 그 자리에서 메모를 한다"며 "남의 얘기를 유심히 듣고, 필요한 건 취하려 한다는 점을 굉장히 좋게 봤다"고 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일문일답.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 선대위에 대한 평가와 향후 판세 분석은.
"우리는 이번 선거를 내란 세력과의 대결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추가 반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전망은 큰 의미가 없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단일화란 게 절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겠나. 다만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흐름에서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를 하자고 강요하는데, 이준석 후보는 회피하는 흐름이 나오게 될 것 같다. 민주당의 선거운동은 단일화 여부에 흔들리지 않고 망가진 민생경제를 되살릴 국정운영의 적임자가 이재명 후보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호텔경제학' '커피 원가 120원 공세' 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1위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범상하게 있었던 일이다. 다만 내란 세력 심판 등 선거의 본질의 희석하는 공세라고 본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아예 안 줬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지지율은 원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이 진짜 보수"라고 했다. '보수 책사'로서 해당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의힘이 윤석열 불법 계엄 이후에도 내란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고 극우화됐다. 그래서 보수 인사들 중에서도 뜻있는 분들은 민주당으로 건너오는 흐름도 있지 않나. 민주당이 보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한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주류 정치 세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고 있다고 보나.
"요즘은 세계적으로도 보수가 진보의 정책을 쓰고, 진보가 보수의 정책을 쓰는 일들이 흔하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보수 세력이라고 규정돼 있는 분 중 많은 인사가 수구적인 모습이 많다. 보수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수구가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잃었고 보수 가치를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

▶이재명 후보의 총평은 어떤가.
"이재명 후보는 2016년에 성남시장을 할 때 처음 뵌 이후 주기적으로 만났다. 그동안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그리고 당 대표를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게 됐다. 같이 얘기를 해보면 참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하면서, 수용성이 좋고, 쓴소리도 싫은 내색 없이 경청한다. 본인이 모르거나 놓친 문제는 또 그렇다고 하는데 그것도 엄청난 자신감에 기반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통령을 하게 되면 국정운영을 훌륭하게 이끌 정치인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이 지난 3년간 국정을 망가뜨렸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선 속도감과 행정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후보의 4년 연임제 개헌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이 무엇보다 개헌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년 단임제는 합리적인 안이 아니다. 5년 단임제하에선 대통령이 취임 이후 2년 동안은 아젠다를 던지고 실천하는 데 쓰인다. 나머지 3년 동안은 새롭게 뭘 이루기 어렵다. 4년 중임제가 그래서 합리적이라고 본다."

배성수/한재영/사진=이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