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달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 ‘위치추적’ 기능을 도입한 이후 절도·횡령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분실 및 도난이 잦았던 무선 이어폰 ‘에어팟’도 위치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순간의 욕심 탓에 크게 망신을 당하거나 형사 처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0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약 두 달간 에어팟을 절도·횡령했다는 혐의로 습득자를 고소한 사건만 총 9건에 달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에어팟 고소는 사실상 제로(0)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처럼 고소 사건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으로 애플이 시행한 지난달 1일 모바일 기기 위치추적 기능인 ‘나의 찾기(Find My)’를 지목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팟 등 애플 기기가 하나의 계정으로 연동돼 있다면 이들 기기의 현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배터리가 방전됐다면 마지막 온라인 위치를 알려준다.

해당 장소까지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 경로를 구체적으로 안내받을 수도 있다.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같은 안내 멘트도 나온다. 기존에는 근거리 무선통신인 블루투스를 통해 반경 5~10m 이내 장치만 탐색할 수 있었다. 에어팟을 분실했더라도 다시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유다.

에어팟을 길거리에서 주웠다가 피의자로 입건된 대학생 A씨는 점유이탈물횡령죄 등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그는 “가까운 파출소에 맡기려 했었다”며 억울해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도서관이나 식당 등에서 무심코 에어팟을 주웠다가 형사 고소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애초부터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