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것보다 전기료 더 내는게 나아"…서울 거리는 벌써부터 '개문냉방'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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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역 6번 출구서 명동극장까지
54개 점포 중 50곳 문 열고 영업
자영업자 누진제 적용 안받아
개문냉방해도 月3만~4만원 더 내
54개 점포 중 50곳 문 열고 영업
자영업자 누진제 적용 안받아
개문냉방해도 月3만~4만원 더 내

2일 오후 1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300여m 골목에 있는 약 54개 점포 가운데 50곳이 매장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영업 중이었다. 오전에 잠깐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았지만 에어컨을 서늘하게 틀어둔 곳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곳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문을 닫고 영업하면 매출이 확 줄어든다”며 “주변 가게가 몇 주 전부터 문을 열고 장사하면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을 열고 장사해도 전기요금이 월 3만~4만원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사용하는 전기(일반용)는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요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 매장의 전력 소비량은 문을 닫았을 때보다 약 66% 증가하는 반면 요금은 33%밖에 늘지 않는다. 개문냉방이 현행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1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불법 행위인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자영업자의 반발이 두려워 2017년부턴 단속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에너지 수급이 원활해 제재할 계획은 없다”며 “8월 등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문냉방은 가뜩이나 뜨거운 도심 온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도한 냉방으로 에어컨 실외기가 뜨거운 열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면서 열섬 현상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개문냉방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라며 “전력 사용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자에게도 주택용과 마찬가지로 누진제를 도입하는 등 개문냉방의 유인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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