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만에 州방위군 투입…고속도로도 통제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 101번 고속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 공격으로 일부 경찰차가 파손됐고 도로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 60년만에 州방위군 투입…고속도로도 통제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 101번 고속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 공격으로 일부 경찰차가 파손됐고 도로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8일(현지시간)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방위군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시위가 심각하냐는 것이다. 민주당 주지사들은 “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 등 정치적 목적에서 이번 시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A 시위와 주방위군 동원에 관한 궁금증을 정리한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1) 주방위군은 뭔가

주방위군은 미국에 있는 독특한 군대 조직이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을 아우르는 ‘미군(정규군)’과 다르다. 주방위군의 시작은 1600년대 영국 식민지 시절 주민들이 만든 민병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건국 후 연방정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해 각 주가 자체 방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 민병대를 헌법에 보장했다. 이 때문에 주방위군은 각 주 주지사와 대통령의 지휘를 모두 받는다.

(2) 주방위군 투입 조건은

트럼프 '州방위군 투입' 권한남용 논란…지지층 결집 노리나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하려 해도 평소엔 주지사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일부 법을 발동하면 주지사 동의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연방법전 제10권 제12406조를 발동했다. 이 법률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반란의 위험이 있을 경우 연방정부가 주방위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왜 주방위군 투입이 논란되나

현재 LA 시위가 과연 주방위군 투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위대 일부가 차량을 불태우고 경찰과 대치하긴 했지만 경찰력으로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위 범위도 아직까지는 LA 도심 일부로 제한돼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X(옛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가) 주방위군을 투입한 건 경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쇼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지사 요청 없이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법’을 발동할지 주시하고 있다. 내란법이 발동되면 정규군까지 투입할 수 있다.

(4) 트럼프, 주방위군 투입 서두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에서 활동하는 세력을 적대적인 외국보다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작년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적은 둘”이라며 “내부의 적은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건 이런 기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여기엔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지지층 결집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설전을 비롯해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으로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지지층 분열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BBC는 트럼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이번 조치를 기뻐하고,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에 흔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5) 민주당 견제용?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유력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서부 지역 산불 사태 때도 캘리포니아주의 무능을 주장하는 등 뉴섬 주지사를 비판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 연방자금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 왜 LA에서 시위가 벌어졌을까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주다. 이번에 LA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데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이 강화된 영향이 크다. 특히 LA에서 일터를 위주로 이민자를 검거하다 보니 함께 일하던 이민자를 중심으로 시위 조직이 상대적으로 쉽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텍사스, 플로리다 등이 이민자가 많은 주로 꼽힌다.

(7) 한인 사회엔 피해 없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LA 시위를 1992년 ‘LA 폭동’ 때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1992년에는 LA 일부 지역이 폭도에게 약탈당했다. 당시 6일간 이어진 폭동으로 63명이 사망하고 이 중 9명은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 한인 사회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반면 현재 LA에선 시위로 인한 건물이나 상점 피해는 아직까지 경미한 편이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관련해 한인이 대대적인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사례는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영사관은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