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과열 주의보' 제기되자
아톤 -14.4%·LG CNS -11.8%
10% 이상 추락 종목 잇따라
이 와중에 상표권 출원 경쟁도
한은·BIS "스테이블코인 확산
금융시장 위험 요인" 경고 나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파르게 치솟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식이 하루 만에 무더기로 폭락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투자 과열 우려가 제기되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단순 기대로 과도하게 반응했다가 급격히 꺼지는 ‘묻지마 테마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에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은행과 기업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가 등락률 하위 50개 종목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이 11개 포함됐다. 아톤은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14.47% 폭락한 1만880원에 장을 마쳤다. LG CNS(8만5500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1.86% 급락했다. 두 회사는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묶여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아이티센글로벌도 이날 11.54% 추락했다. 이외에도 신세계I&C(-11.39%), 헥토파이낸셜(-9.57%), 한국정보인증(-8.33%), 더즌(-6.54%), 다날(-6.41%), 넥써쓰(-6.22%) 등 스테이블코인 테마주로 분류돼 이달 고공행진한 종목이 줄줄이 떨어졌다.
단기 급등으로 전날 거래가 정지된 카카오페이는 이날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13% 이상 급상승해 장중 한때 1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결국 상승 폭을 줄이며 1.96% 오른 9만3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 상장사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진 건 기술력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 없이 정책 수혜 기대만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단기 과열됐다는 경고가 나오자마자 급격히 조정받은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으며 매물이 쏟아졌다”며 “실체 없이 부풀려진 테마주의 허상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상표권 확보도 치열
투자 심리가 요동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경쟁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국민은행은 최근 KBKRW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32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하나은행은 HanaKRW 등 16개를, 카카오뱅크는 BKRW 등 12개를 등록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18건을, NHN KCP(11건)와 넥써쓰(4건)도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상표권 출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절차다. 사실상 등록을 요청한 단계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특허청이 이를 공식 등록해줄지는 미지수다. 상표 출원 자체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술력과 사업 구체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표권 출원 경쟁이 ‘선점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아직 정책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조차 과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고 나선 한은·BIS
한은은 이날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 준비자산에 관한 신뢰가 훼손되면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코인런’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오는 29일 발간할 예정인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화폐의 역할을 충족하지 못하며, 규제가 없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