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사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맞서 미국과 일본 등도 거액의 지원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자국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5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은 지난 15년 동안 중국 정부에서 2310억달러(약 329조1750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무상 토지 제공, 인건비 보조, 산업단지 인프라 제공, 환경규제 완화 등 비(非)현금성 지원은 제외한 수치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와 이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통해 세계 최강의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했다.

위기를 느낀 미국도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자국 내에서 진행되는 음극재 공급망 강화 프로젝트 4개에 6억5000만달러(약 9262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음극재 공장 한 곳을 가동하는 데 2000억~3000억원이 드는 만큼 사실상 정부가 설비 투자 전액을 지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2022년 12월 배터리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제보안법을 제정하고, 민관 협력으로 총 1조엔(약 9조937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연간 150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를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에 이은 글로벌 배터리 2위 국가인데, 정작 정부 지원은 주요국 중 가장 적은 편”이라며 “정부가 투자와 생산은 물론 해외 자원 탐사와 광산 투자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