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전남 해남의 대한조선에서는 다른 조선소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하나의 독(dock·선박건조장)에서 274m짜리 중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 넣을 블록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었다. 독이 하나뿐인 중형 조선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좀처럼 쓰지 않는 ‘텐덤 공법’을 도입한 것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텅 비었던 독에 3년 치 일감이 꽉 차자 고안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대한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국내 중형 조선 3사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동반 흑자를 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조선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1581억원)을 기록하고, HJ중공업(조선 부문·291억원)과 케이조선(112억원)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3사 합산 영업이익(4200억원 추정)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내년에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주 잔액도 사상 최대로 불었다. 중형 조선 3사 수주액은 2020년 9300억원에서 지난해 3조4000억원으로 4년 새 3.6배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조(兆) 단위 손실을 낸 중형 조선사의 부활을 부른 것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이다.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의 독이 꽉 차자 중형 조선사로 일감이 넘어가는 ‘낙수효과’가 본격화했다.

해남=김진원/부산=김우섭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