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캐즘 이후 대비 포석
캐나다 공장 신축 등 자금 투입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음극재 사업 경쟁력도 강화
포스코홀딩스, 5256억원 출자
필바라리튬솔루션에도 3280억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짓고 있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 신축과 한국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 이후를 염두에 두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캐나다 공장 자금 투입
포스코퓨처엠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13일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의 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는 임직원 우선 배정물량(20%)을 제외한 유상증자 대금을 기준으로 지분율(59.7%)에 해당하는 5256억원을 투입해 신주 100%를 인수한다. 다음달 17일을 기준으로 신주를 배정한다. 발행 가액은 7월 16일 확정된다. 신주 상장은 8월 8일 마무리된다.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엔 시설 투자 등을 위해 1조2735억원을 조달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조단위 자금 수혈에 나선 건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져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3조6999억원에 영업이익 7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1년 전(4조7599억원)에 비해 매출이 22.3%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659억원보다 99.6% 줄었다. 수익성 악화에 투자 재원도 감소하고 있다. 작년 말 6442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 3월 말 4448억원으로 1995억원(31.0%) 빠졌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투자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금액 중 6307억원은 GM과 함께 짓고 있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 등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자금 1810억원은 포항과 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에 투입된다. 운영자금으론 2884억원이 쓰인다. 이 자금으로 음극재 사업도 강화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말에는 카본신소재주식회사를 설립하고 396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음극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원료인 구형 흑연 생산 내재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북미 현지 생산 공장 설립에 중요한 재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최근 캐나다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배터리 시장이 되살아나는 시점에 맞춰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캐즘이 끝나는 2027~2028년에는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승부를 봐야 한다”며 “기술과 양산 시설을 잘 준비한 회사들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재 자회사에도 자금 수혈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 외 배터리 소재 기업에도 자금을 수혈한다. 리튬 생산과 리사이클링 부문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 3280억원,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에 690억원을 투입한다. 포스코홀딩스가 이들 3개 회사에 출자하는 자금은 총 9226억원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2021년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광산개발사 필바라미네랄스가 각각 82%와 18%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다. 호주산 리튬 광석을 들여와 국내 광양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포스코HY클린메탈의 지주사로,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가 공동 투자했다.
배터리업계는 업황 부진 장기화로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상증자 대신 외화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고, SK온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