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의 중국산 철강재 ‘반덤핑 전선(戰線)’이 특수강봉강과 컬러강판으로 확대하고 있다. 후판(두께 6㎜ 이상 강판)과 열연강판에 이어서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를 정부가 막아달라고 요구한다. 중국산 철강재를 쓴 한국산 완제품 수출이 이어지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로로 한국 산업계를 지목할 수도 있다. 정부가 반덤핑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특수강도 반덤핑 제소…韓철강 생존 몸부림

◇세아·동국, 조만간 반덤핑 제소

1일 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르면 이번 주 중국산 특수강봉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한다. 특수강봉강은 막대 형태의 특수합금이다. 자동차 조선 기계 등의 부품과 구조재로 사용된다.

중국산 특수강봉강 수입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65만t이 수입돼 2022년(43만t)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특수강봉강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4.7%에서 22.1%로 뛰었다. 중국산 특수강봉강 가격(수입단가)이 2022년 t당 171만원(지름 25~250㎜ 기계구조용 탄소강 기준)에서 지난해 114만원으로 싸지며 점유율이 높아졌다.

국내 특수강봉강 업체들의 타격이 없을 리 없다. 특수강봉강이 주력 제품인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매출(3조6361억원)은 1년 전보다 1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594억원으로 전년(1967억원)보다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는 수익성이 악화하자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했다. 하지만 중국산 가격이 오히려 더 떨어지자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냉연강판에 색을 입혀 다양한 무늬와 질감을 구현해 건물 지붕이나 내·외벽, 간판,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컬러강판도 중국산이 점령했다. 지난해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량은 102만t으로 2022년(76만t)보다 34% 늘었다. 국내 컬러강판 수요(280만t)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컬러강판 전문회사 동국씨엠은 지난해 국내 건축용 컬러강판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도 견디다 못해 조만간 중국산 건축용 컬러강판에 대해 산업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낼 계획이다.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할 수도

국내 철강사들의 중국산 철강재 반덤핑 제소는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후판, 12월 열연강판에 대해 각각 반덤핑 제소를 했다. 산업부 무역위는 이를 검토한 뒤 지난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위는 이달 열연강판 관세율도 결정할 예정이다. 철강업계에선 열연강판에 25% 이상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잇따르는 것은 국내 철강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특수강봉강처럼 고부가가치 철강재까지 저가·저품질 중국산이 유입될 경우 이를 원재료로 쓰는 자동차·조선·기계 부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는 국내 철강산업 보호와 시장 질서 회복, 품질·안전 확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 산업계를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