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청와대로 돌아온다"…인근 상권 희비 엇갈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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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때 2억 날려"…효자동 상인의 절절한 호소
"솔직히 반갑지 않다" 관광 상권 '복잡' 속내
청와대 관람객 42만 명, 개방 후 최고 기록
"솔직히 반갑지 않다" 관광 상권 '복잡' 속내
청와대 관람객 42만 명, 개방 후 최고 기록

이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5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 효자동과 삼청동 등 청와대 인근 상권 자영업자들은 극명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이후 '청와대 단골 직원'에 의존하던 효자동과 삼청동 골목 식당들은 반색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월세를 내는 것도 버거운 상태로 3년을 버텨왔던 터라 이들은 대통령의 복귀에 기대감을 표한 것. 반면 청와대 개방 덕에 외국인 관광객과 청와대 방문객까지 더해져 활기를 띄었던 경복궁역 일대는 청와대 일반인 관람 금지가 현실화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효자동 식당 주인 "尹 정권서 3년간 2억원 날려…李 환영"

박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오는 걸 기대하고 있다"며 "여긴 관광지 유명 맛집은 장사가 잘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제야 다시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옆 가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윤배(68) 씨도 "문재인 정권 때는 청와대 직원들이 밖에서 밥 먹으라는 분위기가 있어. 장사가 잘됐는데 윤석열 정권 때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뒤로 매출이 3분의 2는 줄었다"며 "그렇지만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다고 해 다른데 이전했던 가게를 다시 여기로 옮겼다. 청와대 경호원들, 실무자들 손님이 다시 올 수 있다면 뭐라도 다시 해보겠단 기대가 생긴다"고 했다.
1999년부터 삼청동에서 가게를 운영해 온 임 모 씨는 "우리 가게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다녀간 곳인데 지금도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여기는 역이랑 멀어 관광객보다도 단골 장사로 살아가는 곳인데. 지난 3년간은 버티는 것만도 힘겨웠다. 이 대통령이 돌아온다는 얘기 듣고 오랜만에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상권 안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청와대 개방 이후 외국인 중심으로 관광 수요가 더욱 늘어난 일부 가게는 오히려 대통령의 복귀를 '우려'하고 있었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관광객 대상 맛집을 운영하는 40대 김 모 씨는 "우린 완전히 개방 덕을 본 케이스다. 지금처럼 단체관광이 끊기면 매출은 줄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직원들이 찾아주면 좋겠지만, 전체 손님 수가 줄 걸 생각하면 솔직히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문 닫기 전에 얼른' 몰려든 관광객들

하루 2000명으로 제한된 현장 접수 대상자(65세 이상, 장애인, 외국인, 국가보훈자)도 점심 전 이미 700명을 넘어섰다.
아이들과 함께 청와대를 찾은 신아람(37)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전에 못 보게 될까 봐 서둘러 방문했다"고 말했다.
정은영(53) 씨는 "당선 소식 듣고 다시는 방문하기 어려울까 봐 어제 급하게 예약해서 왔다. 첫 방문인데 설렌다"고 전했다.
남편과 함께 청와대를 찾은 고혜경(66) 씨는 "원래 아무 생각 없었는데, 대통령 복귀 얘기 듣고 기념 삼아 가야겠다 싶어 왔다"고 웃었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청와대 방문자 수는 42만7780명으로, 전월보다 63.3% 증가했다. 개방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재명 "청와대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 있어"…6개월 내 복귀 시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여는 방안 또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경선 TV 토론에서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다시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청와대가 제일 좋다. 오래 썼고 상징성도 있고 문화적 가치도 있다. 안 쓸 이유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6개월 내 복귀 가능성이 보도된 건 맞지만, 공식 지시가 내려온 건 아직 없다"며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방문자도 꾸준히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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