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상조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한 장례지도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퇴직금 청구는 퇴사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장례지도사 A씨 등 11명이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를 상대로 낸 “퇴직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등은 2008년부터 프리드라이프와 장례 의전대행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의전팀장’으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프리드라이프는 2015년 11월 자회사 격인 ‘현대의전’을 설립해 의전 업무를 이관했다. A씨 등은 프리드라이프와 계약을 종료한 뒤 현대의전과 동일한 업무 내용으로 새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프리드라이프와 계약이 종료되고 3년이 넘게 지난 시점인 2021년 6월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로서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며 프리드라이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프리드라이프가 의도적으로 소속을 옮기게 했고, 퇴직금 지급 의무에 대해 충분한 안내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장례지도사의 ‘근로자성’과 퇴직금 청구 시효였다. 1심은 A씨를 비롯한 원고들을 프리드라이프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프리드라이프와 현대의전을 동일한 회사라고 볼 수 없고, 현대의과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에는 프리드라이프와의 계약관계가 계속됐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등이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퇴직금 일부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 지위는 인정되지만, 퇴직금은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 청구할 수 없다”며 2심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에 따르면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대법원은 “A씨 등이 소속을 변경한 뒤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했고, 회사 측이 퇴직금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권리 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황동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