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을 돌파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을 돌파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지수가 20일 3년 5개월 만에 ‘3000피’(코스피지수 3000)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 원인으로 꼽힌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진단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중동 사태 확전 양상이 장기화하지 않으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5000피' 달성도 실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새 정부 기대감11거래일 만에 삼천피 복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코스피는 이날 오전 3000선 탈환 후 상승폭을 키워 3010선까지 넘어섰다. 장 초반 하락 전환했으나 이내 반등한 지수는 10시46분께 3000선을 돌파한 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3010선도 넘어섰다. 오전 11시14분 현재 코스피는 3010.55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에 오른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 1월3일(장중 3010.77) 이후 3년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여의도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 배경으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전날인 지난 2일 2700선 아래(2698.97)에 머물렀던 코스피는 전날 2977.74를 기록, 11거래일간 10.32% 뛰었고, 이날 3000선도 돌파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시장이 용기를 얻었다"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 기대를 받는 국내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돼 키높이를 맞추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 외 투자처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모멘텀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이 공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상법 개정이 있다"며 "상법 개정 가능성이 낮아진 탓에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해 '언더웨이트'(비중 축소)를 유지했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눈에 띄게 비중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점까지 10%…이재명 정부 목표 달성 가능할까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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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다만 전고점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대체로 무게가 실린다. 코스피지수 전고점은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1년 6월25일(장중 3316.08) 3300선이다.

백 대표는 "정부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부동산에 과하게 쏠려있던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인데 지금 흐름대로 강제성과 추진력을 띤다면 '국장 복귀'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또한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밸류업 정책이 실현될 경우 미국으로 간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전고점 돌파 관건은 대형주에 달렸다는 진단도 나온다. 고 본부장은 코스피가 추가 상승해 역대 최대치(3316.08)를 경신하기 위해선 미국발 관세 문제가 완화하고 수출 반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저조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 초대형주가 오르면 지수가 한층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 본부장은 증시를 구멍 뚫린 파이프에 비유했다. 지배구조 개선책에 힘입어 파이프에 뚫려 있던 구멍이 막혔고, 주가가 올랐다는 취지다. 지수가 더 오르려면 수압 즉, 유동성이 더 확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실적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이다.

고 본부장은 "수출국인 한국 특성상 내수 경기 부양책과 지배구조 개선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관세 문제가 완화해 수출이 반등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와 같은 시가총액 큰 초대형주가 상승해야 지수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은 부담 요인이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받고 미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과 주요국이 무역 협상 과정에 있어 관세가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부과된 관세 등으로 하반기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력을 받고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시 활성화 의지를 밝힌 이재명 정부의 목표인 '5000피'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백 대표는 "배당 성향이 높은 상장사에는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등의 제도 개편에 더해 상법 개정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면, 향후 2년 내 코스피 4000선도 가능할 것"이라며 "단계를 밟아 가면서 주식시장 신뢰가 회복된다면 5000선도 무리는 아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지수가 중장기적으로 5000선을 가려면 재계 당근책 격인 '상속세 인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상속세 인하는 증시로의 '머니무브'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단계라고 본다"며 "최대주주들이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목적이 큰 만큼 적절한 당근책도 길게 보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고 본부장은 "현재 코스피 5000선 돌파 여부를 전망하는 것은 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전 고점인 3300 돌파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11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단에 해당한다"며 "증시 부양책이 지속되며 글로벌 경기, 수출 개선이 나타나면 5000선 도전을 고려해볼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담아야 할 K주식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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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전고점까지 10%가량 남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담아야 할 주식은 무엇일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백 대표는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와 내수주를 꼽았다. 최선호주로는 롯데칠성을 제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내수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 만큼 시총 상위주 중 덜 오른 내수주에 분산 투자하면 좋다"고 말했다.

대형주 가운데에서는 SK하이닉스를 뽑았다. 반도체 업황과 메모리 가격 인상 기대감이 번진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복귀하면서 한국 증시 대형주로의 기계적 수급 쏠림도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고 본부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지주, 증권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또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수혜 종목인 미디어·엔터주, 인공지능(AI) 및 로봇 관련주에도 주목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이 기대되고,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현재 저희는 시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기존에도 국내 증시에서 잘나갔던 방산·조선·원전·뷰티 등의 업종을 계속 가져갈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오정민/신민경/고정삼/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