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27일 첫 부동산 대책(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서울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소 앞에서 시민이 매매와 전세 매물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가 27일 첫 부동산 대책(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서울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소 앞에서 시민이 매매와 전세 매물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의 타깃은 실수요가 아니라 대출(투자)입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정부가 27일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대출을 포함한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방안에 시장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일괄적인 대출 규제로 비강남권과 중저가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고강도 대출 규제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긴급 가계부채 대책의 골자는 강력한 수도권 대출 규제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과열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주택일수록 영향이 클 것”이라며 “이런 지역일수록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은 중산층 선호도가 높은 ‘한강 벨트’(성동·마포·강동·동작구 등)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천, 성남 분당 등 경기도 인기 주거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지역의 주요 단지는 전용면적 84㎡ 평균 매매가가 15억원을 웃돈다. 대출이 6억원까지만 이뤄지면 10억원가량은 순수하게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강남권 고급 주택은 현금을 다량 보유한 자산가 등이 거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강남 3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늘면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불장 잡겠지만 보완 필요”

수도권에서 무주택 수요자를 위한 정책대출까지 조이면서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은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할 때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입 장벽이 높아져 무주택자의 주택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의 상황이 다르고 수도권 역시 지역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라며 “일괄적인 대출 규제로 수도권 외곽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던 서민층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대출 규제 대상으로 묶여 입주를 앞둔 계약자 사이에서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분양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은 제한을 두지 않지만, 잔금 대출로 전환하면 똑같이 6억원 한도로 설정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분양가 10억~12억원 이상 신축 아파트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전·월세 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거래가 줄어들고 임대주택 공급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버팀목 대출 등 전세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해온 정책대출 한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버팀목 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감소한다.

금융당국이 예상보다 강한 규제를 내놓자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벌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지침을 영업점에 전달했지만, 규제 적용 범위가 워낙 방대한 탓에 정확한 상담이 어렵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은행권 경영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유오상/손주형/장현주 기자 [email protected]